폭염주의가 뜬 11일, 집을 나가는게 두려울만큼 밖의 날씨는 압도적이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아침에 준비하는 내내 망설였어요. 체조경기장까지 가는 길이 멀었지만 가야했던 이유는 정말 아이브를 한번 더 보고싶었어요. 아이브 보고싶은 욕망이 컸기 때문에 마음을 굳혔습니다. 현장감도 느끼고 싶었고 사람 일은 몰라서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신분증,응원봉,티켓, 걷다가 쓰러질 수 있으니 달달한 젤리랑 물을 준비한 후 집을 떠났습니다. 서울까지 운전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탄 끝에 올림픽 공원역에 도착했습니다. 공연장에 걸린 아이브가 저를 반겼지만 외관 사진은 굳이 찍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요 어처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찍었을테니
실내에 들어가니 숨통이 트였어요 거의 맨 뒷자리에 앉아 있어서 아이브를 보기엔 좋은 위치가 아니었지만 대신 넓은 공연장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앵콜콘 전의 첫 콘서트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브의 성장이 대단해 보였어요. 자리에 착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느 특정 나이대나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콘서트를 즐기러 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특별한 현장감을 더해준 건 아이와 같이 콘서트에 온 부모님이었어요. 무대에서 아이브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지만 아이와 함께 즐기는 부모님들을 보며 왠지 부러웠습니다. 저는 혼자 오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가 지지하고 같이 즐기는 대상이 부모인 건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콘서트 장을 다시 찾은 이유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결핍을 채우려고 왔나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외로움은 아닌데 왜 제 어린시절에는 아이브가 없었을까요. 초등학교 시절 딱히 좋아 할 아이돌이 제겐 없었어요. 만약 있었다면 우리 부모님도 절 위해 노력 해주셨을 거예요. 저도 부모님과 함께 했던 특별한 기억은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어요 지금은 늙은이라 혼자서 모든 걸 해야하지만.
아이들에게 평생 남는 좋은 추억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2층 뒷자리의 장점은 다른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무대의 전체적인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브를 가까이서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실내체조라면 어디서든 잘 보인다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어요. 기준이 다른가봐요. 무대 위의 아이브는 면봉처럼 작게 보여 눈코입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거든요. 1층은 토롯코라도 왔다갔지! 2층은 눈물만 흘러요. 여기서 또 하나의 인생 교훈을 얻었어요. 사람은 욕심이 있어야 하며 기회는 남들보다 더 큰 욕망이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요. 경쟁사회에서 경쟁을 하지 않으면 감내해야 되는거예요. 그렇다고 매크로 돌리는 업자들이 옳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공정한 경쟁사회가 될 수 있기를 ^^
아이브가 면봉처럼 작게 보였지만 그들의 에너지는 결코 작지 않았어요. 이번 콘서트는 하루만 왔다는게 후회 될 정도로 최고였습니다. 밴드와 함께해서 인지, 공연장에 아이브의 단단한 목소리와 밴드의 풍부한 사운드 쩌렁쩌렁 울려 퍼졌습니다. 편곡된 음악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고 살짝 달라진 안무들도 좋았습니다. 다만 응원법은 제대로 따라 하지 못했어요. 옆사람에게 미안하지만 오기 전부터 건강이슈도 있었고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 때문에 자꾸 감상만 하게 되었어요. 무대 하나 하나를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벅찼어요. 첫 콘서트에서 보았던 아이브와 다양한 나라를 거치며 수 많은 무대를 소화하고 돌아온 10개월 후의 아이브는 조금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약간 신인티라고 해야될까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무대 위에서 하는 행동이나 노래를 부르는 모습 모두 한층 성장했고 자신감은 더 말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넘쳐났습니다.
일요일 막콘은 비욘드 라이브도 함께 진행되어서인지, 유진은 실패없는 필승머리, 원영이는 토미에스러운 앞머리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너무 이쁜 거 있죠 중간에 붙임머리라고 해야되나 그게 뭐라고 하지 반짝반짝한 거 하나 달고 나왔는데 특히 섬찟,아센디오 무대에서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이서는 뱅이었나? 정말 이뻐서 순간 누구인지 몰라봤어요 분위기가 달라서 이서 아닌 줄 알았거든요. 레이는 귀엽게 양갈래 하고 리즈는 청순한 긴 생머리 가을이는 긴 웨이브를 했는데 가을 선배 긴머리 좋아요 이뻐요.
무대에 대한 감상을 간단히 말하자면 I AM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파트가 '룩앳미룩앳미룩앳미 나우' 인데,그 뒤에 이제 가을이가 뒤돌아서서 안무를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이 장면만 100번 정도? 반복해서 보고 싶을 정도로 박자에 맞는 동작이 도파민을 터지게 만들었어요. 제가 가장 아끼는 곡인 "블루블러드"는 마칭밴드 같은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모든 무대 중에 "아센디오"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화면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웅장함이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 제 탑3 곡 안에 걸맞게 무대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는 곡이었습니다. "애프터라이크"와 "키치"는 모두를 위한 곡 답게 부모님들도 열심히 즐기시던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신남이 있습니다 "러브다이브" 무대는 위에서 쏟아지는 조명이 정말 멋졌습니다. 그리고 원영이가 밴드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요 정말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라 귀엽고 멋졌어요. 비트 타면서 "다이브! 이게 무슨 시간이냐면요, 우리의 멋진 밴드를 소개할게요" 하는데 왜 이렇게 우렁차고 딕션이 좋은지. 가끔 일하면서 아이브 노래 틀면 원영이 목소리가 유독 귀에 꽂히거든요 아무리 제가 원영이 팬이라지만 막 정신없이 일하다가 갑자기 소름 돋아요. 브레인포그 온 듯한 뇌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정도로 뚜렷해서 저는 원영이 목소리 좋아해요. 마지막에 소개 다 하고 원영이가 "다들 연습해오셨죠? 더 가까이와 날 느껴봐 부터 시작할거예요 준비됐어요? 그럼 할게요" 하는데 정말 쿨내 진동하면서 유치원 선생님 미도 있고 장군의 기개를 느꼈습니다. 원영공주는 없어요. 장군님이시죠. 이미 21년도 일레븐 연말무대 위풍당당한 워킹에서 느꼈거든요 그리고 리즈 "비트박스 할 줄 알알G?" 도 너무 귀여웠어요. 개인무대로 가을의 7rings가 좋았는데 간단한 동작들이 연속적? 유기적?으로 이어진 댄싱을 좋아해서요 ^^ 아이브가 토롯코를 타고 팬서비스 할 때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Mine이랑 WOW, I WANT 였더라고요. 그 먼거리에서 눈,코,입을 보려고 풀 집중하느라 귀가 잠시 막혔어요 미인을 보면 기억상실에 걸린다는 속설이 있잖아요 이게 장거리에서도 적용되는 말인지? 기가막혀
위 사진은 소등되니깐 사람들이 핸드폰 라이트를 하나씩 키면서 앵콜을 외치는 모습인데 몽골의 밤하늘보다 이뻤어요. 별 보러 몽골까지 가야되나요 막상 가면 잘 보이지도 않아요 ^^ 옛날에 친구랑 난리 치면서 은하수 건졌던 생각이 났어요. 결론적으로 앵콜콘이 5점 만점이면 전부를 주고 싶어요, 아이브가 10개월 만에 많은 성장을 했지만 커진 공연장만큼 아기 다이브들도 많아져서 인류애가 느껴지기 때문에 만점입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자신보다 거의 열 살 많은 언니, 누나들한테 OO아 사랑해! 이쁘다! 하면서 사랑 고백 갈기는데 목소리가 삐약삐약 거려요. 저는 이쯤이면 아이브가 한 번 서울, 경기도, 대전, 강원도, 광주, 부산, 제주도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순회 공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저 혼자만의 소망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이브의 콘서트를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아이브 콘서트에 가면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그들만큼이나 관람객들의 반응이 빛납니다. 만약 누군가 미래가 어디에 있냐 묻는다면 주저없이 아이브 콘서트에 있다고 하고 싶어요.
아이돌이란 사전적인 정의가 잘 어울리는 그룹이라 생각하는데 아이브도 알고 있을까요 아이브는 정말 놀랍고 훌륭하고, 흐름이 스무스 할 정도로 진행능력도 능숙합니다 팬심을 떠나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이브에게 잠재력과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앵콜콘 이후로 무대가 작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브가 보여준 퍼포먼스와 에너지가 넘쳤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무대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한하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브의 편이를 바랍니다. 2022년 6월에 처음 아이브를 알게 되고 팬이 된 이후로 한번도 그들 자체를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뭘하든 믿었고 잘 해낼거란 생각했어요 그들의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운명에 맡기는 수 밖에 없지만 항상 앞날이 언제나 빛나기를, 아이브가 그들만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기를 바랍니다.
건강상의 문제는 제가 가져가도록 할게요 ^^
저는 콘서트가 끝난 후 계속 두통과 속 울렁거림에 시달려 지하철에서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다음엔 갈 수 있을련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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